남경태의 스토리철학

철학에서 나는 주체(주관)고 세계는 객체(객관, 대상)다. 이기초적인 구분에서 철학사의 전체를 아우르는 세 가지 구분으로 주체를 탐구하는 주체철학, 세계를 탐구하는 자연철학, 그리고 주체와 세계를 잇는 인식론이다.

철학의 초창기 '어린'철학자들도 자신을 성찰하기에 앞서 주변 세계, 즉 자연에 관심을 품었으며 자연에 관한 여러가지 견해가 형성되고 앎이 어느 정도 축적되자 인간은 서서히 자기 자신, 즉 주체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체가 철학의 주요 테마로 떠오르기 전에 자연과 주체를 합쳐 바라보는 단계를 거쳐야 했는데-주체는 자연의 일부분이므로-그것이 중세에 발달한 신학이다.

신학에서 철학이 갈라져 나오면서 비로소 주체철학의 단계로 들어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유명한 명제가 바로 주체철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체의 문제가 대두되면 곧바로 주체와 세계의 관게, 즉 주체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혹은 주체의 세계 인식이 참인가, 거짓인가 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곧 인식론이다.

인식론의 쟁점은 19세기 말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기 되었고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을 모태로 삼고 자연철학과 주체철학을 아우르는 범주를 인식론이 아니라 존재론으로 설정한다. 우선 그는 인간에게서 생물학적 개체의 이미지를 떼어내기 위해 인간이라는 말 대신 디자인(Dasei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디자인을 굳이 번역하자면 거기da 있음sein이라는 뜻이다.

인간존재는 주체와 세계가 분리되기 전에 이미 있는 존재, 세계 속에 처한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데거는 디자인의 속성을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라고 말한다.(주체-인식-세계의 전통 철학적 구도는 완전히 붕괴되며 하이데거의 존재론은 현대 철학의 신호탄이된다.)그러나 인간은 사물처럼 세계 속에 처해 있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은 세계 속에 처해 있으면서도 세계를 마주하고 있으며, 세계의 일부분이면서도 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러므로 인간은 주체인 것만도 아니고 대상인 것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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