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an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이 글줄을 몇 차례 읽은 뒤 나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어떤 의심도 불가능했다. 이건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나와 그 말고 그 새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내 그림을 그가 받은 것이다. 그는 이해하였고 내가 풀이하는 것을 도운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서로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괴롭힌 것은 압락사스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들어본 적도 읽어 본적도 없는 말이없다.<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
「우리는 우리의 개성의 경계를 늘 너무나도 좁고 긋고 있어! 우리는 늘, 우리가 개인적이라고 구분해 놓은 것, 상이하다고 인식하는 것만 개성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총체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하나하나가 말이야. 그리고 우리 몸이 진화를 계보를,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훨씬 더 멀리까지,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도 일찍이 인간 영혼들 속에 살았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지. 그리스인들이나 중국인들에게서든 아프리카 토인에게서든 일찍이 존재했던 모든 신과 악마, 모두가 우리들 속에 함께 있어. 거기 있는 거야. 가능성으로, 소망으로, 탈출구로. 인류가 멸종하고,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상당한 재능을 지닌 어린아이 하나만 남는다면, 이 아이는 사물들의 전체 과정을 다시 찾아 낼 거야. 그애가 신이 되어 수호신, 낙원, 계율과 금기, 신약과 구약, 모든 것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거야」
「좋습니다」내가 이의를 제기했다.「하지만 어디에 개인의 가치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모든 것을 우리들 속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로 가지고 있다면 왜 우리는 아직도 죽는 거지요?」
「그만!」피스토리우스가 격하게 외쳤다.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도 하느냐, 이게 큰 차이지. 미친 사람이 플라톤을 연상시키는 생각을 내놓을 수 있고, 헤른후트파 학교의 신앙심 깊은 조그만 학생이 영지파나 조로아스터에서 나타나는 심오한 신화적 연관을 창조적으로 숙고할 수도 있어. 그러나 그들은 세계가 자기 안에 있다는 사살은 몰라. 한 그루 나무거나 돌인 거지, 기껏해야 동물이고. 그 사실을 모르는 한에서는 말야. 그러나 이런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그때 그는 인간이 되지. 자네는 그렇다고 모두를, 저기 거리를 걸어다니는 두 발 달린 것 모두를, 그들이 똑바로 걷고 새끼를 아홉 달 뱃속에 품고 있다고 해서 인간이라고 여기지는 않겠찌?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고기거나 양, 버러지거나 거머리인 줄은 아시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미들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벌들인지! 장, 그들 하나하나 속에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지. 그러나 각자가 그 가능성들을 예감함으로써, 부분적으로는 심지어 그것들을 의식하는 것을 배움으로써 비로소 그 가능성들은 자기 것이 되는 거라네」
우리의 대화는 대략 이런 식이었다. 대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 전적으로 놀라운 것이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모두가, 가장 진부한 대화도, 나직하고 꾸준한 망치질로 내 마음속의 한 점을 계속 두드렸다. 모든 대화가, 나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다. 모든 대화가 내 허물을 벗는 일에, 알 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화 하나하나에서 짓부수어진 세계의 껍데기를 뚫고 마침내 나의 노란색 새가 머리를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자유롭게 쳐들어, 그 아름다운 맹금의 머리를 불쑥 내미는 것이었다.

야곱의 싸움...
「나한테 이야기했었찌. 음악을 사랑하는 건, 음악이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야 아무래도 괜찮은 일이지. 하지만 자네 자신이 바로 도덕주의자가 아니기도 해야지!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 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의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질랑 말도록.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인도로 올라서는 것이며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압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 압락사스는 자네 생각 그 어느 것에도, 자네 꿈 그 어느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결코 잊지 말게. 하지만 자네가 언젠가 나무랄 데 없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버렸을 때, 그 때는 압락사스가 자네를 떠나. 그때는, 자신의 사상을 담아 끓일 새로운 냄비를 찾아 그가 자네를 떠나는 거라네」
「그러나 생각나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잖아요! 어떤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죽여서는 안 되잖아요」
그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상황에 따라서는 죽여도 돼. 다만 죽이는 건 대체로 오류지. 생각을 스쳐간 모든 것을 그냥 행동으로 옮기라는게 아닐세. 다만 좋은 뜻을 가진 착상들을 몰아내고 그걸 이리저리 도덕화해서 해롭게 만들지 말라는 걸세.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는 대신 장엄한 사상의 잔으로 술을 마시면서 치르는 희생의 비밀 의식을 생각할 수있지. 그런 행위 없이도, 자신의 충동과 유혹을 존경과 사랑으로써 다룰 수 있어. 그러면 그것들이 그 의미를 내보이지. 그런 것도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거든. 다시 한 번 무엇인가 정말 근사한 생각 혹은 죄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싱클레어, 누군가를 죽이거나 그 어떤 어마어마한 불결한 짓을 저지르고 싶거든, 한순간 생각하게. 그렇게 자네 속에서 상상의 날래를 펴는 것은 압락사스라는 것을!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Demian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