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 어떤 소설보다 슬픈 소설같다.
내 선택에 대한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동거동락해야 할 일인데...
정말 결혼은, 미친 짓 인것인지...

연락.. P.37
「산다는게 참 우스워」내가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정작 너 자신은 까맣게 기억 못하는 일을 내가 기억하고 있잖아. 그리고 넌 또 내가 기억 못하는 나를 기억하고. 저번에 네가, 성환이 자취방에서 내가 쉴 취해서 운 적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나는 정말로 그런 기억이 없어」
「벌써 이십 년 전이니까!」
「더 우스꽝스러운 건」 나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말을 이었다.「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러니까 자신이 지금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자기 자신조차 오해를 하고 있거나 잘 모른다는 거야. 가령 은희는, 그때 내가 왜 저를 싫다고 하다가 갑자기 만나 줬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을 거야」
「하하. 그렇겠네」규진이 바지춤에 손을 넣으며 나란히 걸었다.
「그런 일들은 정말 비일비재해」

분화구.. P.63-64
영화가 끝났다. ...
「스테이크 어때요?」그녀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영화를 보여줬으니까 저녁은 제가 살게요」
「그러세요」
레스토랑보다는 소주가 당겼지만, 잠자코 뒤따랐다. ...

스테이크와 함께 맥주를 시켰다. 어쩌면 하고 나는 다시 생각을 이어 나갔다. 서른을 넘긴 평범한 인생이란, 시나리오는 이미 다 씌어져 있고 다만 배역을 캐스팅하는 일만 남은 나이인지 모른다. 그녀 말대로, 그것이 비록 뻔히 내다보이는 상투적 레퍼토리일지라도 배역이 누구냐에 따라 재미가 달라질지 모른다는 기대만 남아서, 이렇게 만나보고 있는 건지도. ....

탤런트 P.101-102
「뭐든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는 거야. 가령, 그 집애가 공부도 지지리 못해 속상해하는 부모에에겐, <그 집애는 건강해서 좋겠어요>라고 인사하는 거지. 또, 그 집 애가 너무 못생겨 보이면 <그 녀석 장군감이네> 하면 되는 거야. 싸가지 없어 보이는 애의 부모에겐 <애가 참 발랄하네요>하면 되고」
그녀가 키득댔다.
「그리고, 장사꾼이 <이거 본전치기도 안 돼요>라고 말하면 <바가지 씌우려고 했는데 봐주는 거니까 고맙게 생각하세요>라는 뜻으로 들으면 되고 정치가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열심히 해먹겠습니다>라는 얘기로 알아들으면 돼, 세상은 다 그 따위라고... 」
「하긴, 친구들 결혼 생활 보면 다 고만고만한 걱정과 즐거움에 갇혀서 살아. 그들이야말로 마치 체인점 차린 것 같다니까」
「그렇다니까! 그건, 내면 연기가 전혀 필요없는, 얼굴만 어느 정도 예쁘면 누구나 조잘대며 할 수 잇는 우리나라 연속극 수준밖에 안 돼」

앵무새... P.229
「산중 암자에 덕망 높은 노승이 살고 이었대. 도를 깨치고자 하는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그를 찾아와서 <도대체 도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면 그 노승은 다만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어.
그런데 그 노승이 얼마 동안 암자를 비우고 출타를 해야 했어. 그래서 노승을 모시는 동자승만 남아 암자를 지키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어떤 사람이 아주 먼 길을 걸어 노승을 찾아 왔지. 동자승은 그를 그냥 돌려 보내기도 미안해서 <저에게 물어보시면 제 스승님의 방식대로 대답을 해드리지요> 했어. 그래서 그가 <그래, 그대의 스승은 도가 무엇이라고 하던가?>하고 묻자, 스승이 평소 하던 대로 엄지손가락을 딱 들어보였어. 이일에 재미를 붙인 동자승은 객이 찾아와 도에 대해 물을 때마다 그렇게 답해 주었지. 그리고 나중에 노승이 돌아오자, 동자승은 일의 앞뒤를 신이나서 떠벌렸지.
그러자 노승이 화를 내면서, <고약한 놈, 버르장머리 없이 함부로 스승의 흉내를 내다니!>하면서 칼로 동자승의 엄지손가락을 잘라버렸어. 동자승은 노승의 지나친 반응에 혼겁을 했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암자를 내려갈 생각으로 짐을 꾸렸어. 그런데도 노승은 <잘 가거라> 한마디 할 뿐, 동자승을 달래거나 붙잡지 않았지.
마침내 동자승이 서운한 마음에 울먹이면서 암자를 내려가는데, 노승이 <동자야!>하고 부르더니 묻더래. <그래, 도란 무엇이더냐?>
동자는 습관대로 문득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려고 했지만, 그러나 자심의 엄지손가락은 이미 베어져 버린 뒤여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어. 그리고 바로 그순간 도가 무엇인지를 깨칠 수 있었대.」

"(2000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민음사)결혼은, 미친짓이다-이만교 장편소설"벌써 10년 전에 출판된 도서이지만 소설속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글쎄... 사회의 개방성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소수에서 다수이건, 미친 짓이라는 결혼을 하여 정말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다수에서 소수라는 비율의 변화는 늑대같은 남자, 여우같은 여자라는 인간의 본성이 그닥 많이 달라지지도 다르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인간의 다른 여러 본능적인 부분 중에서도 육체적 욕망에 대해서만 잣대를 들이 댄것은 아니였나란 생각이 든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건, 순수하게 사랑하는 척하는 위선자들이 건, 미친 짓을 하기 전부터 자기만의 색을 갖고 가치관에 흔들림이 없다면 결혼, 그 미친짓을 잘 풀어 갈 수 있을 듯 싶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이 찌질이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말이지...

영화라도 나왔다고 하던데..
영화는 어떻게 풀어 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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